거시적 위험이 암호화폐에 미치는 영향: 석유, 금리, 그리고 새로운 비트코인 환경

유가와 국채금리 상승 속 비트코인 7만8000달러 아래
비트코인이 8월 한 달 동안 약 25% 급등한 뒤 9월 첫 거래일 7만8000달러 아래에서 움직였다.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수급뿐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긴장 재고조, 국제유가 상승, 미 국채금리 급등,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가격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다.
9월 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부근까지 올라섰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0%에 접근했다. 10년물 금리는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약 66%까지 반영됐다.
비트코인은 이 같은 거시경제 환경에서도 8월 상승분 상당 부분을 유지했다. 8월 상승률은 약 25%로 2017년 이후 가장 강한 8월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9월에 들어서면서 유가와 미 국채금리가 함께 오르고 달러까지 강세를 나타내면서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의 금융 여건은 다시 긴축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 가격 역시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현물 가격은 9월 1일 약 2주 만의 저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에 국한된 움직임이 아니라 여러 자산군이 같은 금리와 달러 환경에 반응한 것이다.
브렌트유 95달러 근접하며 인플레이션 부담 확대
최근 거시환경 변화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다시 높아진 국제유가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재차 확대되면서 중동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브렌트유는 9월 1일 배럴당 95달러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과 제조 비용을 거쳐 소비자물가와 기업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SPR 역시 198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유가 급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비축 물량도 과거보다 줄어든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에서도 전략비축유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다시 확대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미국 인플레이션에 추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도 맞물렸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연준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워시는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수가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 일부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이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9월 금리 인상 확률 3분의 2 수준으로 상승
잭슨홀 발언 이후 시장의 금리 전망도 빠르게 바뀌었다. 워시 의장의 연설 이전 약 3분의 1 수준이던 9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9월 1일 약 66%까지 높아졌다.
미 국채시장도 이에 반응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4.80% 부근까지 상승하면서 지난해 초 이후 최고 수준에 접근했다. 높은 국채금리는 채권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려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 환경을 압박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금리를 지급하지 않는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을 보유하는 상대적인 기회비용도 커진다. 다만 금리가 오른다고 비트코인 가격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최근에는 현물 ETF 자금과 포지션 청산 등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수급 요인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 분석가 파르자드 바지히는 최근 환경을 유가 상승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시 금리 전망과 금융여건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로 설명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과 암호화폐 시장 자체의 레버리지와 유동성이 결합하면서 실제 가격이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ETF 9거래일 연속 유입 뒤 2억달러 유출
비트코인 시장 내부에서는 현물 ETF 자금이 최근 상승세를 지지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는 9거래일 연속 약 9억2400만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했지만 지난 금요일에는 약 2억200만달러의 순유출로 전환됐다.
암호화폐 마켓메이커 윈터뮤트는 9월 FOMC를 앞두고 비트코인 단기 가격대 가운데 7만5000달러와 8만2000달러를 주요 구간으로 제시했다. 윈터뮤트의 OTC 트레이더 재스퍼 드 메어는 비트코인이 지난주 한때 8만1000달러를 넘어선 뒤 워시 의장의 잭슨홀 발언 이후 7만80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직전 주의 급등분 대부분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기대 변화와 반도체주 매도, 월말 수급을 거치는 동안에도 비트코인이 기존 돌파 구간을 크게 반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윈터뮤트는 FOMC 전까지 7만5000달러와 7만2000달러를 하단 가격대로, 8만2000달러 부근을 상단 가격대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고유 수급과 거시경제 변수가 동시에 가격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시장에서는 반감기와 거래소 자금 이동, 레버리지와 강제청산, 암호화폐 규제와 같은 자체 변수가 주로 다뤄졌지만 현물 ETF를 통한 기관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국채금리와 달러, 글로벌 유동성 변화도 가격 형성 과정에 함께 들어오고 있다.
미국 고용보고서가 다음 금리 판단 재료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고용보고서가 9월 금리 전망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일정으로 잡혀 있다. 예상보다 약한 노동시장 지표가 나오면 추가 긴축 기대가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고용이 강하게 유지될 경우 최근 높아진 금리 인상 기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지히는 중동 긴장이 완화될 경우 국제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고, 약한 고용지표가 나올 경우 미 국채금리와 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더 커지고 유가와 채권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위험자산의 금융 환경도 계속 압박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의 변수가 거시환경보다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물 ETF 자금 흐름과 규제 변화, 거래소 수급, 레버리지 포지션과 청산 규모 등은 비트코인의 단기 가격을 별도로 움직일 수 있는 요소다.
비트코인 9월 평균 수익률은 약 마이너스 3%
시기적으로도 9월은 비트코인에 강한 달로 기록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9월 평균 수익률은 약 마이너스 3%이며 이 기간 상승으로 끝난 9월은 다섯 차례였다. 이러한 과거 흐름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9월 약세를 가리켜 렉템버라는 표현도 사용해 왔다.
다만 최근 3년 동안에는 모두 9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과거 평균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9월은 장기간 평균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달로 알려져 있어 올해는 계절적 흐름과 유가, 채권금리, 연준의 정책 변화가 동시에 겹친 상태다.
9월 1일 비트코인은 7만8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지만 8월 기록한 약 25% 상승분 상당 부분을 유지했다. 같은 시점 브렌트유는 95달러에 접근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0% 부근까지 올랐으며 9월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약 66%로 반영됐다. 다음 미국 FOMC를 앞두고 비트코인 시장은 ETF 자금 흐름과 함께 유가, 국채금리, 달러, 미국 고용지표의 변화를 동시에 반영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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